
오늘은 왠지 짐바브웨의 노을이 사무치게 그립다.
내 몸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듯,
묵직하고 아련하게, 또 먹먹하게 누르던 웅장한 노을.
그 위력에 압도되어 매 순간을 마음에 담고 싶던 간절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노을 아래에서 내 자신이 참 작아지고 부끄럽게 느껴졌던,
그곳 사람들의 생각들도 함께 스쳐 지나간다.
”너희 땅에 이 많은 금과 다이아몬드, 지하자원을 두고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

잠베지강 선셋
나의 뜬금없는 물음에 한 원주민은 그저 덤덤하게 답했다.
”우리 후손들이 알아서 하겠죠.”
’엥?ᆢ 뭐지? ᆢ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너희는 게으른 거야? 왜 그리 하는 일마다 늦어?”
“나의 영혼이 하고 싶을 때, 해야 할 때 하면 돼요.”
그래, 그들은 그랬다. 내가 먹고 남은 것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애초에 후손들이 먹고살 것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
그저 지금 당장 생존할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듯한 삶.
그들은 게을러서 늑장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겠지만,
내가 만난 대다수의 그들은 그랬다.
하루는 금광 주인인 한 원주민이
자기 소유의 금광에 도굴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 가자고 했다.
”네 땅에서 금을 캐 가는데 정말 괜찮아?”
걱정스레 물으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손으로 파는 거라 한계가 있고,
사금 채취 정도라 괜찮아요.”
가보니 십여 명의 남녀가 금을 캐고 있었다. 대부분은 남자였지만.
“헤이~! 많이 캤어?”
내가 가져간 담배 한 갑을 뜯어 한 개비씩 나눠주며 슬쩍 물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한쪽 구석으로 은밀하게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러고는 달러 지폐에 꼬깃꼬깃 싸여있던 작은 금조각 몇 개를
조심스레 펴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스스로를 대단히 대견해하는 그 표정.
”와우, 잘했어!”
나는 그의 등을 몇 번 토닥이며 응원해 주었다.
그 대가로 그들이 주던 구운 옥수수와 옥수수 주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는 길.
가슴에 따뜻한 사람 내음이 가득 담겨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었다.
유독 오늘은 그 자리, 그들의 향기가 그립다.
언젠가 마트 캐셔의 드라이된 머리가 참 아름답다고 칭찬했더니,
내 손을 덥석 가져다가 자기 머릿결도 부드럽다며 만져보라던 그 순수한 눈망울.
옆에 있던 동료까지 자기 머리도 만져달라며 까르르 웃던 풍경.
아이 같을 만큼 순진해서 더 아름다웠던 사람들.
오늘 나는, 그 순박한 사람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걸까?

돈보샤와 선셋